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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악마

순백악마 10장 - 地下城 : 美丽新世界 멋진 신세계 9

제10장 멋진 신세계 (9)


크로우는 식스 일행에게 "쉿" 하고 손짓을 하고는, 냉동 창고 옆의 돌담 뒤로 숨었다. 막 벽에 귀를 기울이자마자, 담장 밖에서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 분통을 터뜨리며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난쟁이 똥자루 같은 놈들!"
 
응? 참 세련된 욕설이네, 그 안에 '고양이'가 없다니 말이야.
 
그 목소리는 평범한 인간의 것도, 쥐 인간들의 쇳조각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도 아니었다. 낮고 걸걸하며, 발음할 때마다 혀의 절반이 입 윗천장에 붙어 있는 듯했다. 거기다 묘하게 콧소리까지 섞여 있었다. 신기하네. 크로우는 귀신처럼 살금살금 움직여, 부서진 담장 틈을 통해 밖을 살폈다.
 
도축장 문 앞에도 차도가 있긴 했지만, 들어온 이 화물차는 분명 규격을 초과하여 교차로를 지나다 끼어버린 듯했다. 차가 어딘지 눈에 익었다. 눈에 익은 화물차는 어렵사리 조금 뒤로 물러나 도축장 뒷문까지 후진했다. 이곳은 공간이 조금 더 넓어 간신히 차 문을 열 수 있었다. 이어 차에서 내려온 것은……한 마리의—아니 한 분의 욕설을 내뱉는 커다란 돼지였다.
 
와우!
 
이 돼지 머리는 쥐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신체 형태는 인류와 유사하나, 키가 족히 2미터는 되었고 가로 폭도 2미터에 달했다. 돼지 형씨의 톤수가 얼마나 나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가죽장화가 땅에 닿을 때마다 도축장 문 앞의 보도블록들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알고 보니 돼지 인간들이 한창 장을 열었을 때, 쥐 인간들 쪽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소방대가 들이닥치자 쥐 인간들은 찍찍거리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돼지 놈들은 화물의 안전이 걱정되어 철수하고 싶었지만, 이미 적지 않은 호구 양식업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하려던 참이라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돼지 인간 여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병력을 나누기로 했다. 일반 화물은 남겨두어 상황을 봐가며 계속 팔기로 하고, 사람을 보내 몰래 자신들의 "보물"을 안전한 곳으로 먼저 운반하기로 한 것이다.
 
누가 알았으랴, 이 부도덕한 불길이 어찌나 커졌는지 쥐 인간 소방대가 한 무리 온 것으로는 부족해 다시 증원군이 들이닥칠 줄 말이다. 소방차를 피하기 위해 화물차는 하는 수 없이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운전사는 복잡한 골목길에서 점차 길을 잃었고, 길은 갈수록 좁아지더니 결국 완전히 끼어버린 것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쥐 새끼들 같으니라고."
운전사 돼지는 투덜투덜 욕을 해대며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길을 살폈다. 그가 차 문을 닫지 않고 가버린 탓에, 운전대의 핸들이 어둠 속에서 관찰하던 크로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 물건은 마치 자석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난 첫사랑 같기도 했다. 크로우는 방비할 틈도 없이 그것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워워, 잠깐, 이건 원래 계획이랑 다르잖아.
 
그는 고삐 풀린 시선을 필사적으로 거두어들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돼지 형씨 덩치만 봐도 엉덩이로 깔아뭉개면 나 같은 놈 6명은 죽여놓겠는데, 저걸 건드려서 뭐 해? 괜히 쓸데없이 일을 만들지 말자,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이성 404 Not Found.
 
그리하여 30초 뒤, 크로우는 그림자처럼 도축장 뒷문으로 빠져나가 소리 없이 돼지 인간의 차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계획? 무슨 계획?"
그는 이제야 생각이 막힘없이 트인 듯 중얼거렸다.
"나 같은 바보한테, 이성이 어디 있겠어?"
 
돼지 형씨의 차는 무척이나 넓었는데, 모든 것이 대형 사이즈였다. 핸들의 지름만 족히 6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핸들과 브레이크, 가속 페달을 제외하면 차 안의 각종 부품은 크로우의 머릿속에 있는 모델과 다소 맞지 않았고, 차가 워낙 낡아 버튼 위의 아이콘조차 마모되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핸들을 잡는 순간, 크로우는 마치 가짜 술이라도 한 사발 들이켠 듯 정신이 아득해지며 들뜨기 시작했다. 이 낯선 기계 뭉치 앞에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을 품은 채, 크로우는 망설임 없이 엔진 시동 버튼이라 판단되는 것을 눌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의 판단은 조금도 맞지 않았다. 엔진은 걸리지 않았고, 대신 오디오가 귀신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앞에서 길을 살피던 돼지 형씨는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돌렸고, 간덩이가 부은 차 도둑놈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우와아, 큰일 났네.”
 
오디오에서는 “막다른 길을 향해 돌격하라!”라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가사 한번 기막히네, 덕담 감사합니다!"
 
돼지 형씨는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땅을 울리는 기세로 달려왔다. 크로우는 버튼들을 닥치는 대로 눌러댔다. 먼저 차 천장의 선루프가 열렸고, 이어 화물차 주변을 따라 일렬로 배치된 유채색 꼬마 전구들에 불이 들어왔다. 이어서 도대체 어떻게 켰는지 알 수 없는 컨테이너 쪽의 오디오까지 켜졌는데, 이 돼지 놈들의 취향이 참으로 기괴했다. 컨테이너에는 별도의 독립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운전석에서 나오는 곡과 정확히 같은 곡이 몇 마디 차이로 흘러나오며 강약이 엇갈리는 입체 서라운드 음향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기압 감량 시스템까지 가동했다. 몇 개의 에어백이 차 지붕에서 천천히 솟아올랐다. 화물차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변해가는 찰나, 분노한 돼지 형씨가 차 앞머리로 달려들었다. 돼지 형씨의 거대한 입 너머로 그의 위장까지 보일 지경이 되어서야 마침내 화물차가 크게 요동치며 시동이 걸렸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크로우의 눈에는 도깨비불이 일었다. 그 자리에서 얌전한 병약 미소년은 광기에 찬 카레이서로 변신했다. 그 대형 화물차는 마치 꼬리라도 밟힌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고, 노래 부르고 춤추듯 기세 좋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차는 과연 돼지를 실어 나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고, 몹시 짜릿한 손맛을 선사했다.
 
그 반동으로 화물차 양옆의 사이드미러가 동시에 날아갔다. 차체는 쥐 인간들의 위태로운 담벼락과 짧고도 강렬하게 충돌했다. 양측 모두 상처뿐인 승리였다. 차체는 찌그러지고 색색의 전구 파편이 튀었으며, 흙담은 한쪽 모서리가 무너져 내렸다.
 
돼지 형씨는 차 보닛 위에서 날뛰었고, 크로우는 후진 기어를 당겨 뒤로 빠졌다. 앞으로 달려들던 돼지 형씨는 중심을 잃고 큰 대자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돼지 형씨가 일어서기도 전에 성난 엔진 소리를 내며 자신의 차가 그를 향해 돌진했다. 혼비백산한 원래 차 주인은 돼지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옆으로 기어갔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화물차가 다시금 좁은 길에 끼어버렸고, 차 앞부분이 돼지의 엉덩이를 스치듯 멈춰 섰다. 크로우가 차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어이쿠, 미안해요. 조금 모자랐네.”
 
돼지 형씨는 네 발을 다 써가며 겨우 일어나더니, 거리를 두고 물러난 화물차가 세 번째 가속을 하며 돌진해 오는 것을 보았다. 돼지 형씨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이내 차가 이 좁은 길을 통과하지 못할 것임을 깨닫고는 돼지 얼굴에 비열한 웃음을 띄웠다.
 
“넌 이제 끝이다, 이 도둑놈…… 아니, 잠깐만!”
 
바퀴가 맹렬히 회전하고 흙담이 요동치더니, 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화물차가 좁은 길과 하드코어하게 합체하는 데 성공했다. 벽돌과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마침내 길이 뚫렸다!
 
떠들썩한 록 음악이 터져 나오자, 돼지 놈은 황두콩만 한 작은 눈을 누에콩 크기로 부릅뜨고는 냅다 뒤를 쫓기 시작했다.
 
화물차의 오디오는 걸걸한 목소리로 포효했다.
“우리는 살인과 약탈을 저지르지——!”
 
크로우는 박자도 맞지 않는 엇박자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도둑질에 방화까지——!”
 
“막다른 길을 향해 돌격하라——!” “고기 다진 양념——!”
 
화물차의 오디오가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
“우우우우——!”
 
크로우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더니, 폐활량이 따라주지 않아 노래를 부를 수 없음을 깨닫고는 유감스러운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돼지 형씨는 눈물까지 쏙 빠질 지경이었다. 절망적이게도 좁은 길은 한 번 꺾이더니 다른 길들과 합쳐졌다. 돼지 형씨는 엄청난 기세로 도약하며 그 길로 펄쩍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이 쥐 인간들의 보행로라는 사실은 미처 보지 못한 듯했다. 어찌 돼지 인간처럼 거대한 생명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겠는가? 돼지 놈은 몸이 꽈배기처럼 뒤틀린 채로도 그 안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길목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그때 화물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해오자, 그는 오늘 여기서 목숨이 다할 것이라 생각하며 겁에 질려 눈을 감았다. 하지만 막상 차가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때, 화물차의 앞머리는 아주 미세하게 그를 비껴갔고 반대편 담벼락과 마찰하며 불꽃이 튀었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교한 조작 끝에, 화물차는 번쩍이는 불꽃을 튀기며 돼지 놈을 스쳐 지나갔다. 운전석 창밖으로는 손 하나가 쑥 나오더니, 얄밉게도 돼지 인간의 뒤통수 털을 한 번 쓱 쓰다듬었다.
 
“와!”
그 차 도둑놈은 별일도 아닌데 호들갑스러운 감탄을  내뱉었다.
“까슬까슬하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물차는 먼지를 휘날리며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은 돼지 생애 최악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자스민의 일생에서 가장 긴 하루이기도 했다.
 
자스민은 한 알의 암컷 베리였다. 그녀는 성요성에서 제일가는 사육장에서 태어났으며, 품종이 아주 출중하여 11살에 B9 등급을 받아 전설적인 다이아몬드 베리가 되었다. 당시 경매가는 기록을 갱신했고, 구매자는 바로 성요성의 영주였다. 영주의 성에서 3년 동안 생활한 후, 자스민은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영주는 귀족이었고, 고귀한 귀족의 집안에는 중산층 계급처럼 14살이 넘은 초라한 '늙은 베리'가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도태된 늙은 베리들은 대량으로 처분될 운명이었다. 자스민은 운명에 순응하고 싶지 않았기에, 연말이 다가오자 탈출을 결심했다. 두 명의 거추장스러운 짐덩어리들을 데리고 말이다.
 
짐덩어리는 수컷 하나, 암컷 하나였는데 수컷은 오월, 암컷은 딸기라고 불렸다. 이들은 자스민과 같은 시기에 성으로 들어온 동기였다. 이 둘은 마치 푹 삶아진 국수 가락처럼 흐물흐물하고 끈적한 존재들이어서, 외부에서 지탱해 줄 중심축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자스민은 바로 그들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따르는 우두머리였다. 자스민은 이 국수 가락 같은 놈들의 대장 노릇을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으며 그들을 매우 혐오했다. 하지만 오월이와 딸기는 자스민에게 죽자사자 매달렸고, 때려도 가지 않고 욕해도 떠나지 않았다. 어떤 학대를 당해도 순종적이었으며, 발로 밟으면 마치 똥을 밟는 것 같은 감촉을 선사했다. 그런 그들은 탈출이라는 이 미친 행동에도 아무런 미련 없이 그녀를 따라나섰다.
 
그들은 애완동물용 베리였으며, 수많은 세대에 걸친 인공적인 길들이기를 거쳤기에 야생에서 동족을 사냥하는 야생 베리들과는 이미 종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조화(造花)처럼 가냘프고 귀해서, 외출이나 산책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였다. 성 안에 남아 있다가 도태되더라도, 어쩌면 거기서 일하는 직원에게 입양되거나 자선 단체에 기부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라 해봤자 고통 없는 안락사를 통해 신의 화원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따라서 딸기와 오월이는 순교의 결심을 품고 자스민을 따라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셈이었다.
 
어떤 정신 나간 신이 자스민처럼 머리 나사라도 하나 빠졌던 것인지 몰라도, 그들이 성을 탈출하던 날 뒷마당의 커다란 사냥개 세 마리는 마침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고, 밤사이에는 원인 불명의 정전까지 일어났다. 덕분에 성 외벽의 감시 카메라는 그들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고, 자스민의 그 황당한 ‘성 탈출 계획’은 그렇게 엉겁결에 성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성 밖의 세상은 배양소의 보모들이 말해주던 것보다 훨씬 더 공포스러웠다. 자스민 일행은 아슬아슬하게 순찰대를 피하고,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는 청소년들을 우회하고, 숲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부랑자의 손아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왔지만……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세 마리 모두 뒷덜미를 얻어맞고 기절했다.
 
성요성은 염소자리 주 꼬리 구역(尾区)에 위치해 있었다. 꼬리 구역은 빼어난 영기가 서려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는 곳이지만, 주 전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높은 범죄율을 달성하는 데도 탁월한 공헌을 하는 지역이었다. 꼬리 구역의 특산물 중 하나는 바로 ‘지하성’으로, 그곳은 온갖 죄악이 도사리는 소굴이자 범죄자들과 전갈자리 주에서 건너온 불법 이민자들이 들끓는 곳이었다.
 
그 불법 이민자 중에는 유독 악명이 높은 ‘돼지 인간’이 있었는데, 이들은 지하성 구석구석을 유랑하며 살아있는 베리들을 밀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소문에 따르면 돼지 놈들은 성 안에서 애완 베리들을 훔치기도 하는데, 얼마나 많은 불쌍한 베리들이 주인을 따라 거리로 나섰다가 주인이 신문을 사는 그 짧은 틈에 도둑맞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들은 심지어 야생에서 잡아온 무시무시한 ‘야생 베리’들을 품종 좋은 베리로 속여 팔기도 했다. 야생 베리는 이성이 없고 교미와 식사, 그리고 살육밖에 모르는 괴물 같은 존재인데, 그런 것들과 한데 섞여 갇혀 있다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배양소의 보모들은 늘 “돼지 인간들이 너희를 잡으러 올 거야”라며 어린 베리들을 겁주곤 했는데, 설마 그 가장 끔찍한 악몽이 현실이 될 줄이야.
 
자스민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자루에 꽁꽁 묶인 채 포장된 상태였다. 그녀는 다른 베리들이 깨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데, 그들을 가둔 화물차 안에는 자스민 일행 말고도 두 마리의 ‘성과(成果)’가 더 있었다. ‘성과’는 골격선이 이미 닫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이가 찬 베리들을 뜻했다. 성 안에는 이런 다 자란 베리가 없었기에, 자스민이 접해본 성과라고는 배양소에 있던 종모들뿐이었다. 그래서 이들도 분명 배양소에서 온 베리들일 것이라 확신했다.
 
화물차 안에 있던 이 두 마리는 모두 수컷이었다.
 
그중 한 마리는 털로 된 담요에 꽁꽁 싸여 있어 생김새를 알 수 없었으며, 철장 구석에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아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다른 한 마리는 바로 자스민을 흔들어 깨웠던 베리로, 대략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의 수컷이었다. 그는 왼쪽 귀에 귀걸이를 달고 있었는데, 어떤 기술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그것들이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미약한 빛에 의지해 금발 베리는 자스민의 포박을 푸는 것을 도와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그들을 다독였다.
 
“쉬잇, 큰소리 내지 마. 무서워 할 것 없어. 난 야생 괴물이 아니야. 자, 봐——”
 
수컷 베리가 자신의 팔뚝 안쪽을 문질러 그곳에 붙어 있던 위장용 가짜 피부를 떼어내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 장미 문신과 일련번호가 나타났다.
 
“검은 장미, 배양소의 보모들이 분명 가르쳐줬지? 나는 경과(警果), 즉 도시의 파수꾼이자 너희들을 보호하는 수호자야.”
 
자스민은 말을 잃었다. “……”
 
보모들의 교육 내용에 따르면 '경과'—즉 경찰 베리는 안전서에서 훈련받은 특수 베리들로, 계급은 경찰견보다 한 단계 높았다. 불법 탈출 중에 경찰을 만나다니, 운수가 참 좋네.
 
“난 지금 잠입 근무를 수행 중이야. 이 베리 밀매범들을 잡기 위해서지. 안심해.”
경과 선생은 기세등등하게 장담했다.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안전하게 주인의 집으로 돌려보내 줄게!”
 
“……”
그것 참 고맙네요.
 
“참, 너희들 주인은 누구야?”
 
자스민은 이 폐급 짐덩어리 둘이 겁에 질려 기절이라도 하거나 헛소리를 내뱉을까 봐, 오월이의 발을 짓밟고 딸기의 손을 꽉 움켜쥐며 머릿속으로 거짓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주행 중이던 화물차가 무언가에 부딪힌 듯 돌연 멈춰 섰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운전하던 돼지 인간이 차에서 내린 모양이었다. 컨테이너 안의 베리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경과 선생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부츠 안쪽에서 얇은 단검 한 자루를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문 근처로 다가가 밖의 동태를 살폈다.
 
갑자기 컨테이너 안에서 귀를 찢는 듯한 록 음악이 터져 나왔고, 모두의 머리가 '웅' 소리를 내며 멍해졌다. 화물차는 앞뒤로 몇 번 격렬하게 흔들거리더니, 제자리에서…… 날아올랐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컨테이너 안의 베리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컨테이너는 마치 수많은 대형 망치에 두들겨 맞는 듯 ‘쾅쾅’거리는 소리를 냈고, 성인 수컷 둘과 소년 셋을 가둔 커다란 철장은 컨테이너 안에서 위아래로 튀어 오르며 미친 듯이 요동쳤다.
 
자스민은 두 짐덩어리에게 한쪽씩 안겨 셋의 팔다리가 복잡한 매듭처럼 엉켜버렸고, 경과 선생의 머리는 철장에 세 번이나 부딪혔다. 귀걸이의 가느다란 빛이 잔상을 남기며 흔들렸고, 구석에 줄곧 웅크리고 있던 ‘담요’ 선생마저 철장 한구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가 자스민의 곁을 스쳐 ‘날아갈’ 때, 담요 속에서 갑자기 창백한 손 하나가 쑥 나오더니 철장을 꽉 움켜쥐었다. ‘쾅!’ 하는 소리가 귀청이 떨어질 듯한 록 음악조차 덮어버리며 자스민의 고막을 울렸다. 그녀가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어둠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오직 한 쌍의 눈동자만은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눈은 살짝 휘어지며 마치 그녀를 향해 미소짓는 듯했고, 눈빛은 묘하게 익숙했다.
 
자스민이 반응하기도 전에 차가 갑자기 가속했고, 그녀는 관성에 의해 튕겨 나갔다. “아……”
 
‘담요’ 선생은 한 손으로 자스민의 뒤통수를 받쳐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 그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는데, 두툼하게 땋은 머리카락 너머로도 그 서늘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소녀는 몸을 떨었다.
 
그는 자스민을 딸기와 오월이 사이에 앉히고 셋을 크기순으로 나란히 세운 뒤, 자스민의 헝클어진 땋은 머리를 가지런히 모아주었다. 그리고 오월이의 삐딱한 넥타이까지 바로잡아주고 나서야 만족한 듯, 반 걸음 물러나 다시 담요로 자신을 감싸 고치처럼 웅크렸다.
 
“……”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건가?
 
곧이어 그녀는 차의 속도가 안정되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