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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악마

순백악마 21장 - 地下城 : 美丽新世界 멋진 신세계 20

제21장 멋진 신세계 (20)


크로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피 섞인 눈물이 왼쪽 눈에서 흘러내렸지만, 마음은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이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화물차 컨테이너를 열자, 크로우가 갑자기 물었다.
"넌 흡혈귀의 능력을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거야, 맞지?"
 
세 아이가 둥글게 에워싸며 다가와, 누구는 물을 가져오고 누구는 피를 닦아주다가, 이렇게 앞뒤 없는 한마디를 듣고는 그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뭐?"
 
가브리엘은 매끄럽게 말을 받았다.  "응, '천부물(天赋物)'이라고 불러."
 
크로우의 시선이 컨테이너 안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얼굴을 땅에 박은 신맹룡 선생 말고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잡동사니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만약 가브리엘이 정말로 이전에 그림자를 이용해 물건을 보관했다면, 이 광경은 흡사 "창고 임대료가 연체되어 잡동사니들이 집주인에 의해 밖으로 내던져진" 모양새 같았다.

"천부물," 크로우가 가벼운 목소리로 한 번 되뇌었다.
"용량에 제한이 있어서 다 쓰면 없어지는 그런 건 아니겠지."
 
가브리엘이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한 번 웃고는, 잡동사니 더미 속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집어 들어 딸기에게 던져주었다. 딸기는 하늘에서 내려주신 이 정체불명의 물건에 깜짝 놀라 온몸이 굳어버렸는데, 마치 누군가에게 폭탄을 건네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익숙한 땅콩 향기가 종이봉투 안에서 배어 나왔다.
딸기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슬쩍 보고는 갑자기 멍해졌다.
"어? 이건……"
 
동시에, 오월이의 목소리가 거의 그녀의 목소리와 겹쳐졌다.
딸기가 말했다. "……우리가 성 안에서 먹었던 땅콩 쿠키?"
오월이가 말했다. "성 안의 작업복?"
 
자스민의 시선이 가브리엘이 컨테이너에서 끌어낸 거대한 가죽 주머니에 머물렀고,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막 그에게 어떻게 사람 가죽을 입을 수 있느냐고 따지려던 찰나, 그 가죽 주머니의 축 늘어진 이마 부분에 찍힌 인장을 분명히 보았다. '반려동물 사육사 4호'.

"이거 그 ‘강아지 산책광’의 가죽이잖아……"

"오, 미안. 떠날 때 성에 돌려주는 걸 잊었네." 가브리엘은 말하며 능숙하게 한 겹의 인조 가죽을 뜯어냈는데, 안에는 놀랍게도 또 한 겹의 가죽이 있었다.
 
안쪽의 그 가죽 층은 통째로 된 것이 아니라, 마치 금실로 꿰맨 옥 갑옷처럼 1인치 정도 되는 작은 가죽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었다. 바닥에 펼쳐놓으니 형태가 조금 일그러져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청색의 입술 위에 매달린 눈에 띄는 송곳니 한 쌍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원래 호기심에 다가갔던 오월이는 깜짝 놀라 "악" 소리를 질렀다. "이건 사람, 사람 가죽이잖아요!" 그것은 한 장의 신선한 혈족 가죽이었다.

"응? 이것도 '고급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지, 너도 본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어떻게 같아! 오월이는 눈물 없이 울 지경이었다. 그가 본 고급 맞춤형은 베리의 가죽옷이었지만, 이건 사람의 가죽이었다!
소년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옆으로 물러나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가브리엘은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돌려 크로우를 보았다. 이 신기한 곱슬머리 선생은 아직 행동 능력을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목을 안쪽을 향해 길게 빼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참견하기 좋아하는 모습이 '천사'를 기쁘게 했다.
"네 머리 정말 귀엽네." 가브리엘은 칭찬하며, 크로우가 잘 볼 수 있도록 그 혈족의 가죽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크로우는 아낌없이 맞장구를 치며 띄워 주었다.
“와, 대단해! 난 ‘가죽옷’이라기에 한 장으로 된 건 줄 알았어. 그 황금빛으로 빛나는 건 뭐야?”
 
“공장에서 대량 복제한 인조 인간 가죽은 한 장으로 되어 있어서 입으면 몸에 맞지 않아. ‘고급 맞춤형’에 쓰이는 특수 기술은 먼저 가죽을 작은 조각으로 재단해야 해.” 가브리엘은 친절하게 그에게 이음새의 금실을 보여주었다.
“이건 진짜 실이 아니라, ‘재봉사’라 불리는 혈족의 천부 능력이야. 봐.”
 
그가 손을 놓자, 가죽옷은 금실에 이끌려 만유인력을 무시한 채 공중에 떠올랐다. 깃털처럼 미세하게 출렁이며 금실 위로 미광이 흘렀다. 얼핏 보면 형체가 불분명한 이 덩어리는 마치 전설 속의 무지개 깃옷(霓裳羽衣) 같았다.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자스민은 딸기의 손에 들린 익숙한 쿠키를 한 번 보고, 또 한쪽에 던져진 인조 가죽옷을 보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몽환적으로 느껴져 그녀는 중얼거렸다.
“너…… 설마 성의 사육사 4호로 위장했던 거야?”
 
“위장한 적 없어, 그건 줄곧 나였으니까.” 가브리엘은 자스민을 슬쩍 보더니 덧붙였다.
“작은 꽈배기, 너는 콩 제품에 알레르기가 있고, 저쪽의 ‘작은 버섯’은 위장이 좋지 않지만 땅콩은 좋아하지.”
 
크로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네가 신발을 안 신고 있었구나, 알고보니 네 신발이 여기 있었던 거네……”
 
흡혈귀들이 기른 ‘고급 맞춤형’이, 흡혈귀 본체를 ‘고급 맞춤형’으로 만들어 몸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며 아르바이트까지 하다니! 그는 진심으로 찬탄했다.

“펑크, 완전 펑크해!”
 
가브리엘은 ‘펑크’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 성의는 느낄 수 있었다. 얼굴 위 겉돌던 부드러움이 훨씬 진실해지더니 초대를 건넸다.

“내가 옷 갈아입는 거 보고 싶어?”
 
크로우는 바라 마지않던 바였기에, 제대로 보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끈기 있게 쓸모없는 다리를 끌며 컨테이너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가브리엘은 귀신 가죽 한 조각을 들어 이마에 붙였다. 그러자 그 금실들이 마치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나머지 부분들을 견인하여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질서 정연하게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천사’의 허리까지 오는 은발과 긴 로브조차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덮어버렸다. 그 모습은 ‘옷을 입는다’기보다, 신비로운 선들이 그의 몸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덮어씌우는 것 같았다. ‘새로운 레이어’가 천천히 펼쳐지며 크로우의 주시 아래 가브리엘은 조금씩 낯선 혈족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잠깐만,” 가브리엘의 턱 아랫부분만 남았을 때, 크로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쥐 인간 성은 사방이 폐쇄되어 압박감이 감돌았다. 광장 위에는 무장한 쥐인들이 겹겹이 신상을 에워싸고 있었고, 공기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갑자기, 한바탕 엔진 소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경계 중이던 쥐 인간들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자, 머지않아 고가도로 위에서 ‘이가 빠져 드러난’ 망가진 차 한 대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때 쥐 인간 성은 이미 계엄 상태였으나, 그 차는 너무나 돌발적이고 괴이하게 등장했다. 마치 영화 장면에 잘못 끼어든 것처럼 한 바퀴 회전하더니 그대로 높은 곳에서 돌진해 내려왔다.
 
그것은 화물차였다. 모든 짐을 덜어내고 운전석조차 부서져 오픈카처럼 변해 있었으며, 오직 공기 주입식 무게 감소 시스템만이 남아 있었다. 차체가 가벼워진 덕분인지 쥐 인간들의 경악 어린 시선 속에서, 날아오른 차는 바닥에 처박히지 않고 마치 낙하산을 탄 듯 관성을 이용해 앞으로 돌진하며 우아하게 천천히 내려앉았다.
 
쥐 인간들의 뾰족한 머리들이 일제히 차를 따라 움직였고, 이 괴상한 물체가 광장 상공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차량 오디오가 갑자기 켜졌고, ‘딸깍’ 소리와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록 음악이 터져 나왔다.
 
청각이 예민한 쥐 인간들이 줄지어 귀를 틀어막았고, 눈을 크게 떠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했을 때 두 줄기 원거리 라이트가 최대 출력으로 켜지며 곧장 아래로 비춰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지하성은 아직 전력 공급이 회복되지 않아 평소보다 어두웠고, 본래 빛을 두려워하던 쥐 인간들은 순식간에 휩쓸려 쓰러졌다.
 
화물차의 공기 주입식 무게 감소 시스템이 리듬감 있게 열렸다 닫혔다 하기 시작했고, 화물차는 불균형한 공기 주입 시스템에 끌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강렬한 빛이 회전하며 아래를 훑으며 비췄고 , ‘막다른 길’의 돼지 소리와 같은 포효가 함께 울려 퍼지며 빛을 사방팔방으로 뿌려댔다!
 
쥐 인간들이 고통받는 사이, 어둠 속에서 관찰하던 혈족 형사들이 단숨에 뛰어올랐다. 그들이 왔다——마치 영명하신 치안관 각하께서 예측하신 대로, 쥐 인간 성에 숨어있던 범인은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주동적으로 소란을 일으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쓰러진 쥐 인간들 사이로 화물차가 ‘번식의 신’의 커다란 앞니 아래 정통으로 착륙하며 신의 앞니를 들이받아 깨뜨렸다.
 
“치안관님, 저 차입니다!”
 
“저건 빈 차야, 눈은 장식으로 뒀어?”
 
‘통찰’은 결국 ‘통찰’이었다. 강렬한 빛이 내리쬘 때, 치안관의 귀한 안구에는 즉시 희뿌연 보호막이 덮였고, 덕분에 그는 방해받지 않고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화물차가 막 땅에 떨어지려 하던 순간, 마르고 키가 큰 인영 하나가 차 문을 열고 튀어 나와 강렬한 빛을 길잡이 삼아 광장 동쪽의 좁은 골목으로 도망쳤다! 치안관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날아오르듯 달려 나갔다. 팀장이 놀라 소리쳤다.
 
“빨리! 빨리 따라붙어!”
 
이걸 어디 따라갈 수 있겠는가? 천부 능력 그 자체를 제외하고도, 혈족 천부자들의 속도, 힘, 수명은 모두 일반인을 훨씬 초월한다. 심지어 천부자의 지능 또한 분명한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천부자들의 오만함에는 일리가 있었는데, 그들은 때때로 동류들과 정말 같은 종처럼 보이지 않았다.
 
비록 ‘통찰’이 공격형 천부는 아니더라도, 치안관이 행동에 나서자 여전히 번개처럼 빨라 순식간에 기동차를 압도했다. 눈 깜짝할 사이, 치안관은 거침없이 쥐 인간들의 거리로 뛰어내렸고, 가죽 장화가 지면을 딛자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그는 얼굴 가득 혐오스러워하며 부딪혀오는 쥐 인간 한 마리를 피하며 발을 날렸고, 200근 무게의 뚱뚱한 쥐는 ‘찍’ 소리를 내며 3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보잘것없는 비족 쥐들은 확실히 언급할 가치도 없었으나 머릿수가 너무 많았다. 이내 행동 능력을 회복한 쥐들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화물차를 향해 돌진했고, 꿈틀거리는 쥐 머리들이 치안관 대인의 길을 가로막았다. 치안관이 거칠게 쥐 몇 마리를 걷어차자, 그의 목표물인 인영이 휙 지나가며 고개를 돌려 그를 한 번 보았는데, 반쯤 돌아간 얼굴 위로 한 쌍의 송곳니 끝이 드러났다.
 
그것은 도발적인 미소였다.
 
치안관은 송곳니가 근질거려, 끊임없이 차갑게 웃었다. 다리 상태가 좋지 않은 일반인 형사들이 아직 쫓아오지 못한 것을 보고, 위대한 치안관은 섬광탄 같은 물건을 꺼내더니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안 돼……”
 
“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온 쥐 인간 성 전체가 세 번 흔들렸고, 길을 막고 있던 무장한 쥐 인간들이 집단으로 땅에 엎어졌다.
 
안전서 치안관이 직접 “땅에 내려왔으니”, 몸에는 당연히 비족을 겨냥한 무기가 있었다. 이 천부물은 ‘복수(伏兽)’[각주:1]라 불리는데, 폭발 효과가 쥐 인간 성의 절반가량을 덮을 수 있었고, 가장 폭력적인 곰 인간이더라도 5분 안에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
 
팀장은 거대한 굉음의 진동에 토하고 싶어졌고, 천지가 회전하는 듯한 어지러움 속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치안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팀장은 이를 악물고 빠르게 메시지 한 통을 발송했다.
 
자스민도 이명이 들리고 있었다.
사실 비족과 비교하면 인류는 귀가 먹은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 비족을 겨냥한 천부물이 그녀에게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자스민이 조수석의 차 시트 밑에서 기어 나올 때는 머리가 어질어질해 기어이 머리를 찧고 말았다.
그녀는 차창에 엎드려 행동 능력을 잃고 널브러진 거대한 쥐들의 모습에 경악했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알았던 거지!”
 
몇 분 전, 이 차의 운전자는 공중에서 그녀에게 차가 착륙한 뒤 쥐 인간들에게 포위될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마음씨 착한 귀신”이 대신 앞길을 청소해 줄 것이라고 말했었다.
세상에, 그 “마음씨 착한 귀신”은 정말 부르자마자 나타났다!
 
“쥐 인간 군단을 제어하는 것은 일종의 페로몬이야.” 행동 전, 그 사람이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우리 인간은 이쪽 감각은 퇴화해서 처절하게 연애 한 번 해보지 않는 이상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네가 맡을 수 없는 어떤 냄새라고 이해하면 돼.”
 
“알겠어.”
 
“페로몬은 조각상에서 발산되고, 이 신호를 받은 쥐 인간들과 공명해. 몸속의 선체에서 똑같은 페로몬을 분비하게 되고, 이렇게 하나가 열에게, 열이 백에게 전달되면서 순식간에 온 성으로 퍼져나가는 거지. 그래서 그것들은 집결 속도가 빠르고 행동이 일사불란하며, 페로몬의 지휘 아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 거야. 그 페로몬 스위치만 찾을 수 있다면 쥐 인간 군단을 제어할 수 있어……”
 
“잠깐, 잠, 잠깐만. 무슨 스위치?” 자스민은 듣다 보니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방금 그 뭐냐…… 페로몬은 쥐가 분비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조화롭게 공명할 때는 그렇지만, 원천은 절대 아니야. 쥐 인간은 지하성의 유산 계급(有產階級)으로서 곰 대부와 흡혈 짭새에게 양쪽으로 압박받으며 이곳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신세야. 만약 페로몬이 쥐 인간 우두머리가 분비하는 거라면, 이 쥐 군단들의 정서가 지금처럼 안정적일 리 없어. 어느 정도는 불안함을 느껴야 정상이지. 내 생각엔 조각상이 페로몬의 원천으로서 발산하는 페로몬은 인공적인 것 같아. 그때가 되면 ‘마음씨 착한 귀신’이 날 쫓아올 테니, 난 그와 잠시 숨바꼭질하며 놀아줄게. 네가 그 스위치를 찾으면 그때 합류하자.”
 
“네 추측이라니…… 아니, 네가 잘못 추측한 거면 어떡해? 그 스위치가 없으면? 내가 못 찾으면 어떡해?”
 
“그럼 쥐 인간들이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를 틈타서 빨리 철수해.”
 
“내 말은 너 말이야!”
 
그 신기한 생물은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난 무릎 꿇고 귀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향을 피우고,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고양이…… 고양이……” 자스민은 크로우의 입에서 들었던 험한 말을 따라하고 싶었으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소녀는 새끼 표범처럼 날쌔게 차 문을 열고 나가며 현장에서 하나를 지어냈다.
“고양이 같기는!”
 
자스민은 발을 내디뎌 온몸을 경련하는 쥐 머리를 정통으로 밟았고, 쥐 꼬리에 미끄러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며 비틀거리다가 조각상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녀는 원거리 라이트가 비춰져 설백색으로 빛나는 조각상 주위를 몇 바퀴 돌았지만, 죽어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자스민은 식은땀이 흘러나왔고, 화도 나고 조급해져 오른손을 들어 ‘번식의 신’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살인 쥐 사형!”
 
주먹이 ‘쿵’ 소리를 내며 텅 빈 듯한 메아리를 만들어냈고, 조각상 안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자스민은 멍해졌다. 이 조각상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즉시 몸을 돌려 화물차로 달려가 차 시트 밑에서 전기 드릴을 꺼냈다——그들은 출발 전 차에서 떼어낼 수 있는 것은 다 떼어냈지만, 오직 두 가지만 남겨두었다. 하나는 그녀에게 호신용으로 준 망치, 그리고 이 전기 드릴이었다.
 
“쥐 인간은 우리와 달라. 인류의 생활 공간은 기본적으로 평면적이지만, 그들은 입체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향이 있어서 각종 출입구가 지하에 있을 가능성이 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인간의 직감으로 입구를 찾기는 매우 어려우니 물리적으로 문을 부술 수밖에 없어.”
 
전기 드릴은 돼지 화물차의 공구함에서 뒤져낸 것이었는데, 드릴 날이 거의 자스민의 손목만큼 굵었다. 그녀는 마치 로켓포를 짊어진 것처럼 드릴 날을 어깨에 메고, 방금 전 무장한 쥐 인간에게서 빼앗은 갑옷 투구를 머리에 쓴 채, 조금 전 내리쳤던 곳을 향해 박아 넣었다!
 
치안관——“마음씨 착한 귀신”은 마침내 방해되는 쥐 인간들을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추격해 들어왔다. 그는 걸음을 멈췄고, 풀가동 중인 ‘통찰’은 그의 눈동자를 거의 은백색으로 변화시켰다. 천부 능력이 그를 이끌어 지면을 보게 했다.
‘이상하군, 발자국은 어딨지?’
천부자의 속도로 달리면 지면에 강한 충격을 주게 마련인데, 지하성처럼 기반 시설이 부실한 망할 곳이라면 반드시 흔적이 남아야 했다.
‘그럼 그 녀석은 도망가지 않고 여기서 나를 매복 공격하려는 건가?’ 비록 대역이라 할지라도, 치안관은 신중하게 몸 위의 투명 방어구를 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통찰’은 근처에서 그 어떤 혈족의 천부 능력도 감지하지 못했다!

  1. 짐승을 엎드리게 하다 [본문으로]